[역경의 열매] 유대열 (5) 남한 학생이 가져온 고추장, 죽기를 각오하고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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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달차
작성일19-08-09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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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천지원수’라 생각했던 남한 사람, 늘 밝은 얼굴로 대하고 문전박대에도 김치와 고추장 가져와
유대열 목사가 2002년 11월 경기도 수원 합동신학대학원대 시절, 북한 청년 선교를 위해 만든 한마음축구단 모습.
우린 신분을 위장한 채 베이징으로 떠났다. 나는 평양외국어대 3학년생으로 유학을 간 것으로 위장했고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에도 그렇게 등록했다. 물론 이름도 가명을 썼다. 베이징에서의 삶은 내 생각을 조금씩 바꿔주는 계기가 됐다. 한번은 저녁거리를 사려고 대학 옆에 있는 시장을 들렀다. 북한 사람들은 어디를 가나 김일성초상 휘장(배지)을 달고 다녀야 하는데 그때 배추를 팔고 있던 한 중국 아저씨가 우리에게 “북한에서 왔느냐”고 물었다. 그러더니 “김일성은 도대체 백성 다 굶겨 죽이고 뭐 하고 있느냐”며 우리에게 언성을 높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분노가 치밀어 멱살잡이까지 갔다. 감히 북한의 지도자를 아무 존칭도 없이 동네 애 이름 부르듯 한 그의 언사가 기분 나빴고, 무엇보다 남루한 옷차림을 한 그의 모습은 우리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결국 공안원들이 달려와 싸움을 말렸고 우린 그 아저씨로부터 구두 사과를 받는 선에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사실 중국에는 북한 사람들을 가난한 나라 사람들, 불쌍하고 천한 사람들로 보며 천시하는 시선이 많았다. 그 사건이 있은 뒤부터 우리는 김일성 배지를 달고 다니지 않았다. 사실 그걸 달고 다니는 게 부끄러웠다. 대사관에 가는 날에만 그 앞에서 배지를 달고 들어갔다.
당시 베이징에서는 남한 사람들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수업을 위해 기숙사를 나서던 나는 수많은 무리의 남한 학생들과 마주쳤다. 160명이 넘는 남한 학생들이 우리 대학에 들어온 것이다. 북한에서는 ‘남조선’을 우리와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철천지원수’라고 부른다. 돈 몇 푼을 위해 부모도 죽이는 강도 같은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래서 갑자기 몰려온 남한 학생들 앞에서 나는 더럭 겁이 났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마음은 누그러졌다. 우리는 그들을 원수라 생각하며 멀리했는데 그들은 우리를 향해 늘 밝은 얼굴로 대했다.
당시 우리는 중국 정부로부터 150위안을 생활비로 받았다. 그 돈으로 먹고, 책 사고, 옷 사고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친구들끼리 돈을 모아 시장에서 제일 싼 식품들을 사다 기숙사에서 함께 먹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점심을 먹고 있을 때였다.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한 남한 학생이 문을 열고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는 “같이 밥 먹어도 될까. 우리, 고추장도 있고 김치도 있어”하며 말했다. 우리는 잠시 당황했지만 대답은 분명했다.
“야, 우리 밥 다 먹었어. 문 닫으라우. 가라우”. 한참 후 문을 열어보니 그가 가져왔던 김치와 고추장이 문밖에 놓여 있었다. 남한 물건을 처음 만져보는 데다 고추장 냄새가 너무 향기로웠다. 하지만 우리 중 한 친구가 “야, 그거 쓰레기통에 버리라우. 원수가 가져왔으니 독약이 들어있을 수도 있다”하며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렇게 노크 방문과 문전 박대는 일주일간 계속됐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친구가 “먹다 죽으면 한이 없다 했잖아. 한 번 먹어라도 보자”고 했다. 그렇게 우린 고추장에 비빈 밥을 게눈 감추듯 먹었다. 그리고는 모두 말이 없었다. 독약을 먹었기에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당연히, 아무 일도 없었다. ‘원수가 그렇게 마음이 선할 수 있는가?’. 우린 서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날부터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다. 북한에서 하는 말이 모두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정리=임보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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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천지원수’라 생각했던 남한 사람, 늘 밝은 얼굴로 대하고 문전박대에도 김치와 고추장 가져와
유대열 목사가 2002년 11월 경기도 수원 합동신학대학원대 시절, 북한 청년 선교를 위해 만든 한마음축구단 모습.우린 신분을 위장한 채 베이징으로 떠났다. 나는 평양외국어대 3학년생으로 유학을 간 것으로 위장했고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에도 그렇게 등록했다. 물론 이름도 가명을 썼다. 베이징에서의 삶은 내 생각을 조금씩 바꿔주는 계기가 됐다. 한번은 저녁거리를 사려고 대학 옆에 있는 시장을 들렀다. 북한 사람들은 어디를 가나 김일성초상 휘장(배지)을 달고 다녀야 하는데 그때 배추를 팔고 있던 한 중국 아저씨가 우리에게 “북한에서 왔느냐”고 물었다. 그러더니 “김일성은 도대체 백성 다 굶겨 죽이고 뭐 하고 있느냐”며 우리에게 언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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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중국에는 북한 사람들을 가난한 나라 사람들, 불쌍하고 천한 사람들로 보며 천시하는 시선이 많았다. 그 사건이 있은 뒤부터 우리는 김일성 배지를 달고 다니지 않았다. 사실 그걸 달고 다니는 게 부끄러웠다. 대사관에 가는 날에만 그 앞에서 배지를 달고 들어갔다.
당시 베이징에서는 남한 사람들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수업을 위해 기숙사를 나서던 나는 수많은 무리의 남한 학생들과 마주쳤다. 160명이 넘는 남한 학생들이 우리 대학에 들어온 것이다. 북한에서는 ‘남조선’을 우리와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철천지원수’라고 부른다. 돈 몇 푼을 위해 부모도 죽이는 강도 같은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래서 갑자기 몰려온 남한 학생들 앞에서 나는 더럭 겁이 났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마음은 누그러졌다. 우리는 그들을 원수라 생각하며 멀리했는데 그들은 우리를 향해 늘 밝은 얼굴로 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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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우리 밥 다 먹었어. 문 닫으라우. 가라우”. 한참 후 문을 열어보니 그가 가져왔던 김치와 고추장이 문밖에 놓여 있었다. 남한 물건을 처음 만져보는 데다 고추장 냄새가 너무 향기로웠다. 하지만 우리 중 한 친구가 “야, 그거 쓰레기통에 버리라우. 원수가 가져왔으니 독약이 들어있을 수도 있다”하며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렇게 노크 방문과 문전 박대는 일주일간 계속됐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친구가 “먹다 죽으면 한이 없다 했잖아. 한 번 먹어라도 보자”고 했다. 그렇게 우린 고추장에 비빈 밥을 게눈 감추듯 먹었다. 그리고는 모두 말이 없었다. 독약을 먹었기에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당연히, 아무 일도 없었다. ‘원수가 그렇게 마음이 선할 수 있는가?’. 우린 서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날부터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다. 북한에서 하는 말이 모두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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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Fabre - Photocall - 72th Locarno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rasilian Film Director Maya Da Rin poses during the photocall for the film 'A Fabre' at the 72nd Locarno International Film Festival in Locarno, Switzerland, 08 August 2019. The Festival del film Locarno runs from 07 to 17 August 2019. EPA/URS FLUEE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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